괴테의 시 「마왕」    (2005)

 

2002년 노벨 문학상을 받은 헝가리의 작가 임레 케르테즈의 소설 [운명](Sorstalansag)은 2차 대전 당시 헝가리 출신 유태인인 15세의 소년이 나치스의 강제 수용소에서 겪은 경험을 소설화한 것이다.
따라서 작가의 자서전적 요소가 많다.

소년은 몇 군데 수용소를 전전하는데 그 중 부헨발트에 도착하는 장면이 있다.
그 수용소 부근에는 예전에 학문과 예술로 이름을 날리던 바이마르라는 도시가 있다.
소년은 이 도시에서 주로 창작 활동을 한 독일의 대 문호 괴테를 즉시 연상한다.
그러자 소년의 입에서는 “누가 이렇게 늦은 시각에 밤과 바람을 뚫고 말을 달리는가?”라는 시가 저절로 흘러나온다.
이런 점을 보아도 괴테가 독일 문화권에서 예전이나 지금을 막론하고 얼마나 위대한 시인으로 존경받는지 짐작하게 한다.

소년이 읊은 구절은 괴테의 시 [마왕](Erlkoenig)이 시작되는 첫 부분이다.
나중에 슈베르트가 이 가사를 바탕으로 가곡으로 작곡해서 더 유명해졌다.

이 가곡은 연주하는데 3분 내외 밖에 걸리지 않는다.
그런데도 독특하게 이 시에서는 화자, 아버지, 아들 그리고 마왕까지 4명이 등장하여 아주 짧은 시간 안에서 진행되는 오페라 같이 생생하고 극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슈베르트의 가곡이 아름답다는 사실은 누구나 잘 알고 있다.
멜로디가 아름다워서만이 아니라 반주가 아름다운 이유도 있다.
그가 가곡에 붙인 반주는 단순히 가수가 노래하는 것을 돕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전체 분위기를 이끌어 가는 또 다른 연주인 셈이다.
그래서 슈베르트 곡의 반주는 독창 가수와 함께 하는 2중주라는 말까지 있다.

피아노는 시종 일관 폭풍을 뚫고 밤을 새워 재촉해 달리는 말발굽의 급박한 분위기를 계속 반복해서 표현하고 있다.

짧은 피아노 전주 후에 화자는 설명한다.
“누가 이렇게 늦은 시각에 밤과 바람을 뚫고 말을 달리는가? 그들은 아버지와 그의 아들이다.
그는 아기를 앞가슴에 힘차게 껴안고 달리고 있다.

아버지가 묻는다.
“아가, 무엇 때문에 떨고 있느냐?” 아들이 대답한다.
“아버지는 마왕이 보이지 않아요? 검은 옷에다 관을 쓰고 있어요” “아가 그것은 안개다.
” 그 뒤를 받아 마왕이 아이에게 속삭인다.
“예쁜 아가야, 나와 함께 가자. 참 재미있는 놀이도 하고. 내 어머니가 너를 위해 예쁜 장남감도 마련했지. 우리 아가를 위해 아름다운 꽃도 따다 놓았지.”
아이는 아버지에게 급하게 말한다.
“아버지, 아버지. 들리지 않아요 저 마왕이 계속 내 귀에 속삭여요.” “진정해라, 진정해, 아가야. 그것은 마른 버들 잎 소리란다.

마왕은 다시 말한다.
“이 예쁜 아가야. 나와 함께 가자. 내 아름다운 딸이 밤중에 춤을 추고 있다.
그곳으로 가자. 너도 함께 노래를 부르자. 춤 추고 입맞추고 노래하면서 즐겁게 보내자.”
아들은 아버지에게 다시 혼신을 다해 호소한다.
“아버지, 아버지. 저것 좀 보세요. 마왕의 창백한 딸이 비 사이로 지나가는 것을.” “아가, 아가. 어둠 속의 그늘은 버드나무가 달에 춤을 추는 그림자란다.

부자의 대화를 무시하고 마왕은 계속 유혹한다.
“예쁜 아가. 네 아름다운 모습이 탐이 나는구나. 나는 기어코 너를 데려가련다.

아들은 더 조급하게 부르짖는다.
“아버지, 아버지. 날 꼭 안아주세요. 저 마왕이 나를 잡았어요. 그 손길이 너무나도 차요.”
내레이터는 설명한다 “공포에 떨며 숨 가쁜 아기. 아버지는 그를 가슴에 품고 계속 말을 달린다.
집에 도착해 보니 품속의 아이는” 잠시 음악이 페르마타와 함께 끊어지더니 “죽었다(war tot)”.
여기서 비로소 피아노는 안단테로 바뀌어 천천히 코드를 두 번 누르며 음악이 끝난다.
괴테는 [마왕]이란 시를 통해 극심한 공포가 아이를 죽인 원인이라고 표현한 것이다.